세상만사

아직도 제주방언에 주눅드는 입도 10년차

경쓰파더 202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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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온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 제주도 방언을 구사하지 못하는 1인입니다.

 

육지에 살 때부터 어릴 때 방학 때마다 할머니댁에 가면서도 사투리를 배우지 못하는 언어 비적응력(?)때문에 그저 '서울내기 다마내기'라는 놀림 아닌 놀림을 당하기만 했었죠.

 

온통 사투리만 쓰는 동네에서는 표준말을 쓰는 사람은 그저 재미있거나 신기하거나 할뿐이었습니다.

바닷가에-있는-돌하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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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을 당하기 싫으면 사투리를 같이 구사하면 될 것을 성격이 내성적이었던 나는 할머니댁을 떠나올 때까지 놀림 아닌 놀림을 당해야 했었습니다. 어떤 날은 울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 이력 때문인지 제주에 와서도 난 한마디도 제주 방언을 스스로 구사해보질 못했습니다.

가끔 따라 한다고 "기~~~~~~~??"나 "~~~ 쑤꽈" 자주 듣는 한두 마디 정도는 장난 삼아 따라 해 봤을 뿐입니다.

 

제주도란 곳도 어찌 보면 이젠 표준말 시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 방언을 못쓴다고 놀림을 당한다거나 하는 일 없고 오히려 제주도방언을 쓰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표준말의 제주도가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주도 입도 열풍과 한 달 살기 열풍, 그리고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표준말의 섬으로 만든 것 같네요.

 

아주 심하게 못 알아들을 정도로 방언을 구사하는 하는 사람은 가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나 걸을 때 보이는 해녀의 집에서 보이는 할머니들이나 오일장 같은 데 가서 뵙는 장사하시는 할머니들.... 주로 할머니들의 방언이 심한 편입니다.

 

이제는 표준어가 일상화되는 제주도지만 오랜 사투리습관과 변할 이유가 없는 것의 조화일 듯싶습니다. 그리고 제주도가 삼다도중 여자가 많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유독 여자분인 할머니들의 방언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그런 분들의 대화는 그저 외국에 온 것 같이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하죠.

성산일출봉에서-풀을-먹고있는-말

제주에 오면 초반에 가장 많이 보거나 듣게 되는

  • 혼저옵서예 : 어서 오세요
  • 돔베고기 : 도마에 썰은 수육
  • 괸당 : 친척
  • 가시아방 : 장인
  • 가시 어멍 : 시어머니
  • 돌하르방 : 돌로 만든 할아버지

 

이런 기초적인 제주어는 가게 간판이나 공항 입구에서 보는 제주어는 익숙하지만 아직도 사투리로 말 붙여 오는 사람들한테는 솔직하게는 대화의 3분의 1은 못 알아듣고 그냥 핵심단어만 들을 경우가 허다합니다.
뜻을 물어보기도 좀 그래서 그냥 그렇게 넘길 뿐이죠.

 

비슷한 시기에 온 친한 분들을 가끔 만나면 그분들은 가게 같은 데나 제주 사람 만나는 곳을 가면 기본 사투리는 구사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 사투리를 써야 바가지 없이 대우받아" 이게 이유였습니다.

 

유채꽃이-노랗게-핀-바닷가전경

제주 방언은 말이 짧습니다. 일명 우리가 얘기하는 존댓말이 없다는 것이겠죠.

  • 기~~~? : 그래?(정말?)
  • 커피 먹언? : 커피 먹었어?
  • 가려고 핸 : 가려고 했어
  • 운동 갔다완? : 운동 갔다 왔어?
  • 내 알아보쿠다 : 내가 알아보겠습니다.
  • 있쑤과? : 있습니까?

 

이렇게 기본 대화의 끝을 마무리하는 문장의 대부분이 그냥 짧습니다.

역사적으로 말이 짧아진 것에 대한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따가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런 덕에 육지에서 처음 왔을 때 제주 사람들이 딱딱하다거나 기분 나쁘다거나 이런 기분은 아마도 대부분이 한두 번은 겪었을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도 초반에 제주 노형동의 제주오일장을 가서 물건을 사려고 물어보는데 팔려고 하는 건지 장사하시는 분의 말투와 행동이 맘에 안 들어 기분 나빴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었습니다.
단순하게도 그냥 말투가 그랬던 것이었죠.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방언을 구사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어색함은 많이(?) 없어졌다는 느낌입니다.

다정하게-포즈를-취한-돌하루방

그럼 제주에서 주로 듣게 되는 제주 방언을 더 나열해 볼까요?

  • 촘앙삽서 : 참으면서 사세요
  • 똥뀐넘이 성냄쩌 : 방귀 꾼 사람이 화내고 있네
  • 무싱거 하미꽈? : 무엇을 하십니까?
  • 무싱거엔 고릅디까? : 뭐라고 말하던가요?
  • 놀당 갑서(농당 갑서양) : 놀다가 가세요
  • 요새 어떵 살미꽈? 요새 어떻게 사십니까?
  • 있수꽈? : 계십니까?
  • 잘도 아깝다 : 매우 이쁘다
  • 또시 꼭 옵서양 : 다시 꼭 오세요
  • 느영 나영 사랑허게마씸 : 너하고 나하고 사랑합시다.
  • 무사? 왜?
  • 됀 : 괜찮다 (됐어)

이 정도는 주위에서도 가끔 듣는 말입니다.

 

하지만 <나 이녁 소모소 소랑헴수다 : 제가 당신을 무척 사랑합니다.> 이런 방언은 아직도 낯설고 어색하게 되죠. 이성으로부터 이런 고백을 듣는다면 감미로울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명색이 입도 10년 차지만 방언을 구사하기는 틀린 것 같고 조금 더 방언을 배워서 듣기 공부는 더 해야 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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