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나이니만큼 요즘 음악들의 장르가 어려워 그나마 위안 삼던 것이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이었는데 며칠 전 느닷없이 열어놓은 채널에서 레전드 밴드프로그램이란 주제로 나온 것이 있어서 하던 일을 멈추고 봤다.
예고프로그램은 보지 못했던 탓에
무슨 프로그램일까 하고 봤는데 불꽃밴드프로그램의 타이틀이
" 당신의 기억 속 밴드들이 다시 타오른다! 레전드 밴드들의 불꽃 튀는 경연프로그램'이었다.
레전드 밴드들이 경연을 펼친다고??
386세대 용어로 놀랠 노자다.
그래서 흥미롭게 끝까지 1회를 지켜봤다.
하지만 아닌건 아닌 거다.
이유와 관정평으로 함께 나열해 보겠다.
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밴드음악
나는 오리지널 386세대다.
386세대라고 하면 이 단어가 최초에 생겨날 때의 기준으로
30대의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60년대생을 일컫어 386이란 단어가 생겨나서 이후
486.586등으로 파생되었지만
386세대는 '저항정신', '민주화운동''학생운동'을 경험한 세대라는 통칭이었다.
그때는 밴드음악이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음악은 밴드음악과 포크 민중음악이 386세대의 정서에 가장 많이 남아있는 음악 부류다.
그래서 간간히 모방송국의 탑밴드라든지 밴드 경연 프로그램을 추억을 생각하면서 아주 심각할 정도로 지켜보곤 했었다.
그런데 예고편을 못 본 상태에서 첫방을 본 심정은 386세대 오리지널 세대로서 이번 불꽃밴드 1화는 실망스러웠다.
총제적인 이유는 제목과 타이틀에 맞지 않게 밴드가 아닌 출연진을 만들었다는 거다.
출연진이 사랑과 평화, 전인권밴드,이치현과벗님들,다섯손가락,권인하밴드,부활,김종서밴드 이렇게 7팀이 출연했다.
각 출연팀에 대한 내 개인의견을 말하고 싶다.
관전평
사랑과평화
사랑과 평화는 프로그램에서도 소개했듯이 초등학생(과거로 얘기하면 국민학생)까지도 흥얼거리면서 다닐 정도로 유명한 밴드였다.
나 역시 중학교 때 tv를 보면서 가요프로그램에 사랑과 평화가 나온다고 하면 어김없이 봤었다.
하지만 지금 멤버는 내가 아는 사랑과 평화가 아니었다.
내가 아는 사랑과 평화는 멋지게 기타를 두들기며(주법이 그렇다) 노래하던 최이철이 있는 사랑과 평화가 내가 아는 진정한 사랑과 평화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최이철이 우리나라에서 기타리스트 중에 손가락 안에 들어간데'라는 얘기를 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기타 치면서 노래하던 모습이 멋졌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랑과 평화에 이철호라는 사람이 메인보컬로 나올 때부터는 나한테서는 사랑과 평화는 지워졌다.
차이점??
최이철이 이끌 때 하고 이철호라는 사람이 이끌 때의 음악을 비교해 봐라.
천지차이다...
천지차이란 얘기는 연주력이 어떠한가의 차이가 아니라 색깔의 차이다.
사랑과 평화가 당시 국민학생까지 사로잡았던 이유는 최이철의 멋들어진 기타 솜씨와 당시로서는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보컬, 그리고 당시기준으로 완벽했던 팀 연주력 때문이었다.
기억하기로는 베토벤의 '운명'같은 클래식곡을 밴드음악으로 녹아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역시 당시로서는 센세이션 했다.
펑크스타일을 베이스로 둔 음악이지만 듣기에 전혀 펑크 같지 않은 더 세련된 맛이 최이철의 사랑과 평화였다.
만약에 지금 이철호 스타일로 음악 했다면 그 당시에 초등학생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은 사랑과 평화는 레전드로 점수 주기가 힘들다..
진짜 주인공이 빠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 이철호는 사랑과 평화를 상표권등록을 해놓고 최이철을 제외시켰던 만큼 더더욱이 내 머릿속에서는 사랑과 평화는 없다.
추억 속에 사랑과 평화를 기망한 협작밴드일 뿐...
그런 의미에서 사랑과 평화 오리지널 노래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머님의 자장가를 한번 들어본다.
전인권밴드
이름을 전인권밴드로 하고 나왔지만 전인권 하면 들국화다.
전들국화 멤버에 대한 예의로 전인권밴드로 나온듯하다... 멤버도 혼자였기에..
하지만 전인권은 내 추억 속에 진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 있다.
당시 80년대 나는 연대 앞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연대 바로 앞에 있는 독수리 다방을 비롯해서 두루두루 다니던 중
신촌로터리 쪽에 있던 SPACE라는 레스토랑(?)에 친구랑 간 적이 있었다.
지금 기억으로 그곳에는 스테이지가 있었다.
마침 내가 갔을 때 전인권과 최성원(?) 내 기억 속으로는 최성원이 맞을 것 같다.. 베이스를 쳤으니..
두 분이 나와서 노래를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데 아주 대박이었다.
스테이지에서 기타와 베이스의 조합도 이색적이었지만 그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때 들었던 곡이 매일 그대와 하고 여러 곡이 있었는데 기억이 사라졌다.
평소에 내가 알던 매일 그대 와라는 노래는 그렇게 놀랄 정도로 멋진 곡이 아니었다.
또 그전에 나는 전인권이란 사람을 잘 알고 있지도 않은 상태였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그 무대를 본 나는 감동 아닌 감동을 먹으면서
음악에 대한 깊은 기억의 한 장면으로 자리를 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인권은 들국화라는 밴드로 전격적으로 다시 출발하면서 밴드음악에 대한 새로운 지표를 만드는 밴드로 자리잡음 했다.
들국화라는 밴드명으로 나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전인권이란 이름 자체가 그냥 들국화다.
레전드 시절 때 들국화의 모습이다.
이치현과 벗님들
또 만났네~~ 로 독특한 리듬의 노래로 학창 시절 흥얼거리게 하던 팀이다.
이후 히트한 집시여인은 노래방에서도 줄곳 부르게 만든 팀이기도 하지만 레전드 밴드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거북하다.
이상하게 내 기억 속에는 이치현과 벗님들이 밴드로 자리 잡고 있지를 않다.
분명 밴드임에도 밴드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은 아이러니.....
그만큼 밴드음악하고는 거리가 멀었었다.
음악에 맞춰 연주하던????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번 경연에 나온 모습을 보고도 역시 그 느낌이 맞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알던 밴드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역시 음악에 맞춰 조합된 하모니를 구사하는 그런 앙상블팀?
그저 내 생각이 거기밖에 까지 가지를 못한다.
다섯 손가락
다섯 손가락은 새벽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의 락발라드를 구사하며 조용하게 알려진 팀이다.
당시 이 두 노래는 대 히트를 쳤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래서 그냥 지나간 록밴드로 기억된듯하다.
아마도 젊음의 행진인가에 나와서 기회를 받은 팀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래서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는 의문이다.
히트곡을 냈다고 레전드라고 한다면 이 프로그램에 나올 팀은 무궁무진하다.
권인하밴드
권인하는 빗방울 떨어지는~~ 하면 다 아는 '비 오는 날의 수채화'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노래가 아닌 강인원, 김현식, 권인하 이렇게 셋이 부른 노래로 밴드음악이 아니다.
그래서 밴드프로그램에 나온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권인하가 왜 밴드???
우리 세대에게 물어보라.
권인하가 밴드음악인지를.....
방송 PD는 반성하길 바란다.
좋아하는 음악인일지언정 밴드음악은 아닌 건 아닌 거다.
부활
부활하면 80년대를 주름잡았다고 하기에 충분한 밴드라고 인정한다.
나 역시 부활음악이 좋아서 쫓아다는 적이 있다.
80년대 후반에 남대문 옆에 있던 힐튼호텔에서 열린 록콘서트에 친구와 당시 애인이었던 와이프와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출연밴드는 당대에 내로라하는 밴드로 구성되어 있었다.
부활을 비롯하여 백두산, 시나위(김종서보컬), 외인들( 임재범보컬), 등 구성이 당시 최고의 밴드들이 나온 걸로 기억한다.
내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부활의 보컬 이승철이 당시 방위복무 중이었는데 무대에 올라 '감기가 걸려서 목이 쉬어 노래를 못해요' 하면서 헤맸던 기억과
두 번째는 백두산의 유현상이 상의를 탈의하고 온몸에 쇠사슬을 휘감은 채 노래하는 포퍼먼스(아주 징글맞았다 ㅋ)와
지금은 중후한 모습의 기타리스트지만 김도균의 현란한 기타 솜씨와 기타를 부수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 속에 각인이 되어 있다.
그만큼 부활하면 레전드 밴드라고 무조건 인정한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부활밴드의 음악이 정적인 음악으로 치우친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부활 1집이 내가 인정하는 부활다운 음악의 음반이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 좋아하는 곡이 이번에 부른 비와 당신 이야기와 인형의 부활이다..
현재 오리지널 멤버 라이브로는 이상하게 뒤섞인 영상밖에 존재를 안 한다. 그래도 김태원의 똘끼 있는 모습이 좋아서 가끔 보는 영상이다.
김태원의 그런 똘끼를 다시 보고 싶다. 꿈이겠지만.
김종서 밴드
김종서 밴드??
김종서는 락보컬이다... 김종서밴드는 어색하다.
공연할 때 연주를 했다고 해서 사람들은 김종서밴드라고 하나로 인식을 하지 않는다.
그저 공연 때의 세션일 뿐.
위에서 언급했던 권인하와 같이 취급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락에 있어서는 항상 언급될 수 있을지언정 밴드라고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김종서는 부활, 시나위 등을 거친 락보컬계의 족보로서는 탑일 수 있어도 밴드경연에는 어쨌든 난센스다.
본인도 알고 있을 테지요?? ^^
마치며
위에 언급했던 대로 각 팀에 대한 내 개인적인 관전평을 386 입장에서 얘기를 해봤는데 담당 PD의 의도를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서바이벌이라고 표방은 하였고
경연해서 1팀씩 탈락하고 체인지해야 하는데 어떻게 초반에 구성하지?? 이해는 된다.
초반섭외도 만만찮았을 걸로 이해된다.
추후에 등장하는 팀들은 대충 눈에 들어온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앞으로 나올 팀으로 예상할 수 있는 팀이 백두산, 시나위, 송골매, 산울림(김창완밴드), 윤도현밴드, 김경호밴드, 봄여름가을겨울, 자우림, 국카스텐, 노브레인, 크라잉넛, 크랙샷등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어디까지 섭외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경연이라는 것과 탈락의 조화를 이루고자 출연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걸로 본다.
처음부터 다 붙으면 떨어지는 팀은 대미지 아닌 대미지를 받게 될 테니...
그래도 처음부터 정말 신구세대의 밴드가 붙었으면 어떠했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섭외의 난관을 백퍼이해를 하더라도 말이다.
불꽃밴드 피디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도 섭외를 하셨나요??? ^^
물어본 이유는 간단하다.
레전드 밴드 경연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방송국의 사정이겠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시청은 해줄 수 있어도 경연프로그램으로서는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겠다.
그냥 예능으로 본방 사수 예정이니까 추억 많이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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